AI 규제와 무역 협정: 파편화된 미국과 통합을 모색하는 아시아
하나의 사건, 여러 개의 뉴스
2026년 5월 8일자 뉴스를 살펴보면, 글로벌 경제 및 기술 거버넌스에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상이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규제와 무역 협정이라는 두 가지 주요 의제에서 각국의 이해관계와 전략이 뚜렷하게 대비됩니다. 미국의 경우, AI 규제는 주별로 파편화된 접근 방식을 보이며, 무역에서는 USMCA 연장을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베트남은 국가 AI 데이터 포털 설립을 통해 AI 시스템 감시를 강화하고, 중국 매체들은 이란 전쟁과 에너지 위기를 활용해 아시아 내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은 보다 통합적이거나 지역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각국의 렌즈
AI 규제 측면에서 미국과 베트남의 접근 방식은 극명합니다. 미국 매체 Wilson Sonsini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인공지능(AI) 규제는 유럽연합(EU)의 통일된 AI법과 달리 주(州)별로 파편화된 접근 방식을 보인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미국이 혁신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연방 차원의 강력한 규제보다는 유연하고 분산된 방식을 선호함을 시사합니다. 반면 동남아 매체 Vietnam.vn은 베트남이 AI 시스템의 평가, 감시 및 국가 데이터 포털 구축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정령을 통해 AI 시스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고 보도합니다.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운용 전 감독을 의무화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통제와 데이터 주권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베트남의 입장을 보여줍니다.
무역 및 경제 전략에서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미국 매체 뉴즈위크 일본판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산업 7개 단체는 USMCA 연장을 요청하며 국제 경쟁 심화 속에서 미국의 생산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협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보호주의적 무역 정책을 통해 자국 산업을 우선시하려는 미국의 시각을 반영합니다. 한편 홍콩 매체 SCMP는 베트남이 대규모 관료주의 개혁을 통해 투자 유치를 시도한다고 보도하며, 미국의 관세 및 연료 위기로 인한 성장 위협을 상쇄하려 한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이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중국 매체 纽约时报中文网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에너지 부족 상황 속에서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에 에너지 지원과 재생에너지 기술을 제안하며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이는 중국이 지정학적 위기를 활용하여 아시아 지역 내에서 경제적, 정치적 리더십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왜 다르게 보는가
이러한 시각 차이는 각국의 경제적 상황, 정치 체제, 그리고 글로벌 전략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미국의 AI 규제 파편화는 혁신 주도형 경제 모델과 주(州) 단위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정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자칫 기술 발전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죠. 또한 USMCA 연장 요청은 제조업의 본국 회귀(reshoring)와 자국 일자리 보호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시대 이후 미국 무역 정책의 연속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 심화 속에서 북미 지역 내 공급망 안정화와 산업 경쟁력 유지를 핵심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
반면 베트남의 AI 시스템 감독 강화는 급속한 기술 도입 속에서 국가 안보와 사회 통제를 확보하려는 개발도상국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데이터 주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투자 유치 노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베트남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과 에너지 위기 등 외부 요인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 시도는 지정학적 위기를 활용하여 지역 패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행보입니다. 이란 전쟁과 에너지 위기가 촉발한 지역적 불안정은 중국에게 에너지 공급 및 기술 지원을 통해 역내 국가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기회로 작용합니다. 이는 일대일로(BRI)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의 대외 정책과 궤를 같이합니다.
우리가 놓치는 시각
한국 독자들은 종종 AI 규제나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늘 뉴스는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의 맥락과 시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AI 규제에 있어서 미국의 파편화된 접근 방식이 반드시 최선이 아닐 수 있으며, 베트남처럼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이고 선제적인 감독을 통해 AI의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려는 시도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한국 역시 AI 강국을 목표로 하는 만큼, 미국과 EU, 그리고 베트남의 사례를 면밀히 비교하여 한국만의 균형 잡힌 AI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역과 관련해서는 USMCA 연장 요청에서 드러나는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와 베트남의 투자 유치 노력, 중국의 지역 패권 전략을 동시에 조망해야 합니다. 세계 경제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복잡한 무역 및 경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다자간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지, 보호무역주의와 지역주의가 심화되는 환경에서 어떤 유연한 전략을 취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특정 국가의 시각에 매몰되지 않고, 다각적인 렌즈로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것이 곧 우리의 전략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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