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과 이란 위기 속, 글로벌 투자 전략 재편의 시간
세 개의 지각변동이 동시에 온다
2월 셋째 주, 글로벌 시장은 세 가지 구조적 충격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첫째,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6대 3이라는 압도적 표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부정한 이 판결은, 이미 징수된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이상의 환급 가능성을 열었다. 보수 우위 대법원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정치적 무게는 더 크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이틀 만에 새로운 글로벌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사법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대체 법적 경로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시장은 "관세 해제"와 "관세 재부과"라는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받고 있다.
셋째,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한적 군사 공습 검토가 진행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2차 이란전은 1차보다 훨씬 치명적일 것"이라 경고했고, 영국이 자국 기지 사용을 거부하면서 미영 동맹에도 균열이 드러났다. 이란은 외교적 역제안을 준비하면서도 내부적으로 5만 명 체포, 고문, 처형 의혹으로 체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 세 사건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무역 질서, 지정학적 안보, 경제 성장이라는 글로벌 투자의 3대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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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미 말하고 있다: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현실
금요일(2/21) 마감 기준, 주요 지표는 시장의 불안과 방향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달러 인덱스(DXY) 97.79 — 52주 최저(95.55)에 근접하며 광범위한 달러 약세가 진행 중이다. 52주 최고 107.66에서 약 10% 하락한 수준으로, 이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미국 경제 패권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GDP가 연율 1.4%로 전분기(4.4%) 대비 급락한 것이 달러 약세의 근본 원인이다.
금(Gold) 5,080달러 — 하루 만에 1.67% 상승, 52주 저점(2,834) 대비 79% 급등이다. 은(Silver)은 하루 6.07% 폭등하며 82.34달러를 기록했다. 금과 은의 동반 급등은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를 넘어 시스템적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 수요를 반영한다. 2020년 팬데믹,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 유사한 패턴이다.
원유(WTI) 66.48달러 — 52주 범위(54.98~78.40) 중 하단에 머물러 있다. 이란 군사 긴장에도 불구하고 원유 가격이 억눌린 이유는 두 가지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상쇄하고 있으며, 시장은 아직 실제 공습이 아닌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실제 공습이 개시되면 페르시아만 봉쇄 리스크로 브렌트유가 9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S&P 500(6,909)과 나스닥(22,886)은 52주 최고(각각 7,002, 24,019) 근처에서 견조하다. 관세 위헌 판결로 수입 의존도 높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되었으나, 트럼프의 재관세 발언이 상승폭을 제한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4.086%는 안정적이나, GDP 둔화가 지속되면 연준의 완화적 기조 전환 가능성이 커지며 3%대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1,445.98원 — 달러 약세에 연동되어 소폭 강세(0.17% 하락)지만, 1,400원대 중반의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 수출기업에는 환율 이점이 지속되나,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수출 물량 자체를 위협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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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투자 시사점
🇺🇸 미국: 관세 환급 수혜주 vs. 보호무역 수혜주의 역전
1,000억 달러 관세 환급이 현실화되면 소매·유통(Walmart, Target), 자동차(Ford, GM), 반도체 장비(Applied Materials) 등 수입 의존도 높은 섹터가 직접적 수혜를 받는다. 반면 관세 보호 아래 성장한 국내 철강·알루미늄 업체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관세 시도가 의회 입법으로 이어질 경우, 이 구도는 다시 뒤집힌다. 포지션을 한 방향으로 집중하기보다 양방향 헤지가 필요한 구간이다.
🇨🇳 중국: 갈륨이 새로운 석유가 된다
트럼프 방중을 앞두고 갈륨 공급망이 핵심 협상 카드로 부상했다. 중국이 장악한 갈륨은 반도체, 5G, 방산의 필수 소재로, 11월 수출 유예 만료가 시장의 명확한 촉매다. 핵심 광물 ETF(REMX), 갈륨 대체 소싱 기업(캐나다·일본 소재), 반도체 소재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유럽: 러시아 동원령의 역설
러시아가 강제 예비군 동원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는, 전쟁 피로가 크렘린의 정치적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전쟁 장기화 또는 급격한 종결 모두의 가능성을 높인다. 유럽 방위산업(Rheinmetall, BAE Systems, Leonardo)은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구조적 수혜가 예상되며, 에너지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궤적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 동남아·인도: AI 거버넌스의 새 축
뉴델리 AI 정상회의는 인도가 글로벌 AI 규제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4억 인구 시장에서의 규제 방향은 인도 IT 서비스(Infosys, TCS), AI 인프라(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투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 중동·아프리카: 이란 이중 리스크
이란은 외부적으로 미국의 군사 위협, 내부적으로 대규모 시위 진압 후유증이라는 이중 압박에 처해 있다. 체제 불안정은 이란산 원유의 비공식 시장 유출량에도 영향을 미치며, 추가 서방 제재 가능성을 높인다. 중동 지정학 프리미엄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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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전략: "확실한 불확실성"에 대비하라
현재 시장 환경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확실한 불확실성"이다. 관세 정책의 사법-행정 충돌, 이란 군사 옵션의 현실화 가능성, 미국 경기 둔화라는 세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며, 어느 하나도 단기간에 해소될 조짐이 없다.
단기(1~3개월) 전략: - 금·은 비중 확대 — DXY 하락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맞물린 구간에서 귀금속은 가장 명확한 안전자산이다. 금 5,000달러대 안착은 구조적 전환을 시사한다. - 에너지 콜옵션 — 이란 공습 시나리오의 확률을 20~30%로 가정하더라도, 원유 급등에 대한 보험성 포지션은 비용 대비 효용이 높다. - 달러 약세 수혜 — 원/달러 하락 시 한국 수출주(반도체, 자동차)보다 원자재·금 관련 국내 ETF가 직접적 수혜를 받는다.
중기(3~6개월) 전략: - 핵심 광물 테마 — 갈륨 수출 유예 만료(11월)까지 미중 협상 결과에 따라 반도체 소재 공급망이 재편된다. 대체 소싱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군이 구조적 승자가 된다. - 유럽 방위산업 — NATO 군비 증강은 러시아 전쟁 결과와 무관하게 10년 단위의 메가트렌드다. - 미국 국채 — GDP 둔화가 지속되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10년물 수익률 3%대 진입은 채권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자본이득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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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시장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싫어하지만, 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은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관세 위헌 판결이라는 역사적 사건 위에 트럼프의 재관세 도전이 겹치고, 이란 위기가 원유 시장의 꼬리 리스크로 존재하며, 미국 경기 둔화가 연준의 다음 행보를 결정짓는 이 국면에서 — 금과 은의 기록적 랠리, 달러의 구조적 약세, 핵심 광물의 지정학적 재평가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자산을 지키면서 기회를 잡는 전략, 그것이 지금 이 시장이 요구하는 것이다.
*이 논설에 포함된 경제 지표는 2월 21일(금) 미국 시장 마감 기준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권유가 아닌 시장 분석 목적의 논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