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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이란 전쟁: '종전'이라는 단어 속 숨겨진 각국의 셈법

이란과 미국 간의 '종전' 논의를 두고 각국 미디어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이란은 주권 수호를 강조하며, 그 사이에서 국제 질서의 재편 가능성이 논의됩니다.
Thu Mar 26 2026

하나의 사건, 여러 개의 뉴스

2026년 3월 26일, 국제 뉴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이란과 미국 간의 '종전' 또는 '전투 종식'에 대한 논의입니다. 이란이 미국이 제시한 종전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가 이 사태의 전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종전'이라는 단어를 둘러싼 각국 미디어의 시각은 놀랍도록 다채롭습니다. 미국 매체와 아랍권, 일본, 중국 매체들은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전혀 다른 강조점과 프레임을 사용하며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렌즈

미국 매체는 주로 군사적 승리와 이란의 굴복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YouTube: Fox News>(미국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가 '에픽 퓨리 작전'을 통해 이란의 군사 역량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하며, <YouTube: USA TODAY>(미국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갈등을 '전쟁'이 아닌 '군사 작전' 또는 '군사적 섬멸'로 지칭하며 군사적 성공을 강조했다고 보도합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협상을 간절히 원하지만, 자국민과 미국의 보복이 두려워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YouTube: USA TODAY>(미국 매체)는 전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와 협상 주도권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란이 미국 제안을 검토 중이라는 <MSN>(미국 매체)의 보도에 미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는 점은 경제적 안정과 미국의 영향력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시각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이란 매체를 인용한 <NHK>(일본 매체)와 <Reuters>(미국 매체)는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 의도가 없으며, 호르무즈 해협 주권 인정 등 자체적인 5가지 종전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합니다. 이는 이란이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주권과 이익을 수호하며 주체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프레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홍콩 매체인 <SCMP China>(홍콩 매체)가 이란 전쟁이 '페트로달러' 체제를 약화시키고 중국 위안화 기반의 '페트로위안'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전쟁 종식 논의를 넘어, 국제 경제 질서의 재편이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암시하는 프레임입니다.

또한, 한국 매체인 <중앙일보>(한국 매체)는 서방 정보당국을 인용하여 러시아가 이란에 드론, 의약품, 식량을 비밀리에 지원했다고 보도하며 이란 사태에 얽힌 복잡한 국제 역학 관계를 조명합니다.

왜 다르게 보는가

이러한 시각 차이는 각국의 깊은 이해관계와 전략적 목표를 반영합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 유지와 자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이란의 위협을 '군사적 작전'으로 규정하여 자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전 세계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아래, 이란의 굴복을 통해 국내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란은 수십 년간 서방의 제재와 압력 속에서 자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일방적인 종전 제안을 수용하기보다는, 자국의 조건을 내세워 국제사회에 독립적인 행위자임을 천명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페트로달러' 체제 약화를 통해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이 이러한 구조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은 중국이 국제 정세를 자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이익과 연결하여 해석하는 전형적인 예시입니다.

일본의 <NHK>는 이란의 입장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전달하며, 갈등의 복잡성을 독자에게 알리려 합니다. 이는 일본이 중동 지역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는 만큼,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놓치는 시각

한국 독자들은 종종 서구 매체, 특히 미국 매체의 시각에 익숙해져 이란 전쟁을 '미국이 정의롭게 이끄는 대테러 전쟁' 혹은 '악의 축에 대한 응징'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늘 뉴스를 통해 보았듯이, 이란은 자국의 주권과 이익을 옹호하며 독자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있고, 중국은 이 사태를 국제 경제 질서 재편의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 증시의 반응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만으로 이란 사태의 본질을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란의 입장이 담긴 보도(<NHK>, <Reuters>), 그리고 러시아의 이란 지원(<중앙일보>)과 같은 뉴스를 통해 복잡한 국제 역학 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이란 전쟁이 '페트로위안'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중국 매체의 시각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거시적 경제, 지정학적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이란 전쟁의 다면적인 실체와 그 속에 담긴 각국의 셈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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